출향(영남권) 영덕 사람들

김동원 시인, 「2017 매일 신춘문예」 당선

jinak 2017. 1. 2. 21:08

 

 

영덕군 남정면 출신...당선작 동시 ‘태양세프’

 

영덕군 남정면 구계리 출신의 김동원(55.사진) 시인이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부문에 당선됐다.

 

대구한의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94년『문학세계』`시 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1997년 제 1시집『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이후 『구멍』과 『처녀와 바다』 등 3권의 시집을 내놓았다.

 

2007년 동시집『우리 나라 연못 속 친구들』출간에 이어 2011년 시 에세이집『시, 낭송의 옷을 입다』와 평론집『시에 미치다』을 출간했으며, 2015년 대구예술상을 수상했다.

 

태양 셰프

나는 우주에서 제일 어린 태양 셰프

황소별을 통째로 구워 메인 요리로 낼 거야

지구의 모든 어린 친구들 다 불러올려

달 위에서 콘서트를 열 거야

K팝 아이돌 형아들 초대해 힙합을 추게 하고

걸그룹 누나들 샛별과 댄스를 추게 할 거야

수천 대 인공위성은 녹여 피아노를 연주하게 하고

달빛 속에서 친구들과 손잡고

싸이 아저씨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출 거야

화성에겐 북극 오로라 빛을 섞은

달콤한 아이스크림 천 개쯤 만들어 오게 하고

물고기별과 고래별은 밤하늘 바닷속에 헤엄치게 할 거야

아! 그 새벽 만약 내가 오줌이 마려워

꿈만 깨지 않았다면,

나는 우주에서 제일 멋진 태양 셰프

 

당선작인 동시 ‘태양세프’의 전문이다.

 

박방희 아동문학가는 “우주적 발상과 놀라운 상상력으로 평화의 메시지 던진 작품”이라고 심사평을 통해 높이 평가했다.

 

또한 “'태양 셰프'는 우주적 상상력과 활달한 감성으로 빚어낸 한 편의 판타지 동시였다. 황소별을 통째로 구워 메인 요리로 내고 지구의 모든 어린 친구들을 불러 달 위에서 콘서트를 열겠다는 우주적 상상력과 수천 대 인공위성은 녹여 피아노를 연주하게 하고, 물고기별과 고래별은 밤하늘 바닷속에 헤엄치게 한다는 발상은 평화와 생명의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수작(秀作)이 되게 하였다.”고 하였다.

 

김 시인은 현재 한국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원. 대구시인협회 이사와 『텃밭시인학교』시창작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당선 소감…동해 바다와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게 영광을

 

떠오르는 아침 해만 보면 어머니는 “아이고, 바닷속에 장작불 잘도 타는 것 보래이" 그러셨다. 동해 바다를 숫제 우리 집의 가마솥으로, 붉은 해를 아궁이의 장작불로, 방어나 고등어나 고기들을 무슨 고봉밥처럼 귀히 여기셨다. 나만 보면 까까머리통을 쓰다듬으며, “누굴 닮아 이렇게도 잘 났노”라며 좋아하셨다. 언제나 엇비슷 웃는 그 청상의 어머니는 수평선 위에 핀 모란꽃처럼 환하셨다.


어린 때 나는 먼 도시에도 고향 구계항처럼 엄청 많은 물이 집집마다 앞마당 앞에 담겨 있는 줄로만 알았다. 고래가 잡히고 오징어가 뛰놀고 시원한 대구탕국을 마음껏 먹는 그런 동해 바다가 도시 옆구리에 하나씩 매달려 있는 줄로만 알았다. 열두 살 어린 나이에 혼자 대구로 전학 오고서야, 동해 바다는 고향 앞마당에 하나뿐 임을 알았다. 그날 엄마의 손에 이끌려 포항 역사(驛舍)에서 처음 타보았던 그 기차를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마냥 신기하여 차가운 쇳덩어리를 만지고 또 만져보면서, 고래보다 더 큰 기차 칸을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학교를 파하고 돌아오면, 나는 텅 빈 하숙집 골방에 쪼그려 앉아 늘상 바다를 그리워했다. 비릿한 엄마 냄새가 그리웠고 4살 때 돌아가신 어부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나는 외로울 때마다 동시나 시를 썼다. 그럴 때면, 어릴 때 바다 위에 쏟아지던 그 소낙비들의 음표가 떠오르곤 했다. 한겨울 엄마의 손을 잡고 보았던, 수천수만 송이의 흰 눈은 멋진 한 편의 동시였다. 지금은 그 엄마가 하늘에 계신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 병상에 누워 “시가 그렇게도 좋으냐?”고 물으셨던 그 말씀만 떠올리면, 내 가슴 한쪽이 무너지는 것 같다.

당선 통보를 받은 순간, 내 머릿속은 어릴 때 그토록 좋아했던 동해 바다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엄마의 얼굴과 어슴푸레한 아버지의 온기와 아침 해가 보고 싶었다. ‘아이들 마음은 하늘의 거울’이라고 했는데, 혹여 내 시가 그 동심에 흠결이나 남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결혼 후 줄곧 병(病)치레만 한 나를 살뜰히 살펴준 아내와 두 자식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 한없는 사랑과 용기를 준 텃밭시인학교 문우들과 당선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부족한 작품을 읽어 주시고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김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