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의 눈물
<이글은 3월 26일자 '고향신문'과 '조선일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출향기고」
<청송군의 눈물>
홍성탁(전국 청송군 연합향우회장)
9시 뉴스에 내 고향 청송에 관한 소식이 메인으로 다루어졌다. 방송뿐만 아니라 주요 일간지 헤드라인을 청송이 장식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면 좋았으련만 꿈에도 그리는 아름다운 고향 청송에 사형장 설치가 추진된다는 보도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사실 청송은 국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그 동안 희생을 강요당한 측면이 없지 않다.
1980년 신군부가 사회정화를 이유로 사회보호법을 제정한 후 보호감호소 3개 기관을 설립했고, 1993년에는 청송 제2교도소를 신설해 전국적으로 유례없이 4개의 교정시설이 위치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장기수 흉악범들을 수용하는 바람에 언론에 자주 언급되어 ‘악명 높은 교도소가 있는 곳’으로 인식돼 지역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청송 주민들은 좌절하지 않고 단합된 노력으로 청정하고 아름다운 곳임을 지속적으로 알려왔다. 하지만 이러한 시점에서 청송에 사형장을 신설한다는 것은 그동안‘수행자의 감호 및 교화’라는 대의를 위해 묵묵히 지내온 청송 군민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나 다름없다.
법무부가 청송 교도소에 사형장을 새로 지으려는 건 사형 집행을 강행하기 보다는 사형수만 모아서 수용하기 위해서란다. 현재 사형이 확정되어 집행 대기 중인 사형수는 사형 집행시설이 있는 교정시설에만 수용되는데, 이곳에 해당 시설이 없다 보니 사형수 57명은 서울, 부산, 대전, 대구, 광주교도소에 분산돼 있다.
이 말인 즉, 청송에 사형장을 새로 짓게 되면 전국의 사형수들을 청송에 모아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절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는 사전 의견 수렴의 과정도 없이 지역의 피해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처사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도시 기능이 복합적이고 다양한 광역시급 이상에만 있던 사형장을 인구 3만이 채 되지 않는 조그마한 군에 만들게 될 경우 이는 청송군을 아예 경상북도 ‘교도군’이나 ‘사형군’으로 만들겠다고 작정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청송군 이광호 의장도 “청송 주민들은 선조가 물려 준 아름다운 지역이미지를 계승, 발전시키지 못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국가시책에 협조하는 뜻에서 말없이 감내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사형집행시설 설치로 지역 이미지를 더욱 나쁘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주민 다수의 생각”이라고 성명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내 고향 청송은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주왕산 국립공원, 주산지, 달기약수탕 등의 관광명소 뿐만 아니라 도처에 많은 향토 문화유적물들이 산재해 있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이 보전된 몇 안되는 지역 가운데 한곳이다. 또한 최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지자체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 속에서 당당하게 경쟁하면서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청송’을 들었을 때 아름다운 자연경관보다는 교도소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따라서 청송에 흉악범이나 사형수를 집결하지 말고 현재와 같이 분산관리 하도록 건의하는 바이다. 분산된 혐오시설을 한 곳에 모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현재 사용 중인 ‘청송교도소’의 명칭을 변경해 주기를 정부에 건의하는 바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광역자치단체의 경우는 다른 제반 시설들이 많고, 지역이 넓기 때문에 교도소가 지역 내에 있다 하더라도 교도소를 먼저 떠올리지는 않지만, 청정 청송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의 이름을 붙이기보다는 ‘희망 교도소’ 등의 보통 명사를 활용하는 배려를 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시설이지만, 기피 시설을 지역에 두고 살아가는 희생자들에게 더 큰 희생을 강요하지 말았으면 한다.
청송군 한동수 군수와 군민들은 최근 ‘자연을 노래하다. 청송’이라는 새 브랜드 슬로건을 정해 관광객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형장 추진 파문이 발생해 매우 유감스럽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그 동안 감내해 온 청송군민들에게 더 이상 좌절을 안겨주지 말고, 새로운 희망을 선사해 주기를 기대해본다.